28일 서울-춘천 왕복 125km 시승
LLM 기반 에이전트 ‘글레오 AI’ 첫선
맥락 이해하고 여러 지시 실행 가능
서스펜션 강화 등으로 승차감도 높여
1열 마사지, 2열 리클라이닝 기능 탑재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차
“글레오, 가까운 주유소 찾아주고 차량 환기 좀 시켜줘. 통풍 시트는 켜주고.”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내놓은 ‘더 뉴 그랜저’의 인공지능(AI) 비서 ‘글레오 AI(Gleo AI)’는 꽤 말귀를 알아
듣는 친구였다. 그동안 만났던 차량 음성 명령과 달리 맥락을 이해해 지시를 이행했고, 여러 명령을 동시
에 처리할 줄 알았다. 특히 ‘창문을 열어달라’는 직접적인 명령이 아닌 ‘환기를 시켜달라’는 말에 운전석
창문을 열고 공조 시스템을 조절하는 모습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28일 서울-양양 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서울 강동구와 강원 춘천시를 오가는 왕복 125km의 여정을 더 뉴
그랜저와 함께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14일 7세대 그랜저를 부분 변경해 이 모델을 내놓았다. 시
승 차량은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가솔린 2.5)였다.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기술로 유리 투과율
을 조정하는 스마트 비전 루프, 2열 좌석을 쇼퍼 드리븐(기사가 운전하는 차) 수준으로 올린 시트 컴포트
플러스 등 옵션을 포함해 가격은 5691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차
이번 그랜저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했다. 현대차가 소프
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본격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차량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슬라식 17인치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였다. 세 개 화면으로 분할 가
능하며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탕으로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공조, 차량 설정 등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퀄컴의 차세대 차량용 고성능 칩 ‘스냅드래곤 콕핏 8255’가 탑재돼 뛰어난 컴퓨팅 성
능을 보여줬다.
플레오스 커넥트 중에서도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으로 첫선을 보인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
오 AI는 화제의 중심이 될 만했다. 글레오 AI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2시간가량의 운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때때로 오류가 발생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차량 제어는 물론 뉴스를 기반으로
한 정보 및 지식 소통이 가능했다.
정치 등 민감한 이슈는 회피를 하고 정보 전달도 운행 안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게 늘이지 않았다. “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작동시켜줘”, “사이드미러를 접어줘” 같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이나 안전과 관련된 차량 제어는 음성 지시로 불가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법규 미비 등 문제가 해
결될 경우 해당 기능들은 무선 업데이트(OTA)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안에는
전용 앱마켓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으나, 아직 앱이 10여 개 수
준으로 생태계가 갖춰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차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속도로 주행이 정숙했고,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차량 흔들림이 크지 않
았다. 현대차는 이번 그랜저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과 함께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
를 적용해 노면 충격을 완화했다.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HBC)도 새롭게 채택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
HDA) 작동 중 발생하는 가감속 상황의 차량 출렁임을 줄였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을 통해 앞차와의 거리와 차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특정
구간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다만 곡선 도로에서는 감속하지 않는 등 다소
불안한 운행 실력을 보였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차
이번 그랜저는 1열에 마사지 기능이, 2열에 리클라이닝 기능이 탑재된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2열 오른쪽
좌석에서 센터 암레스트의 레스트(REST) 버튼을 누르자 앞좌석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등받이가 젖혀져
충분한 레그룸이 확보됐다.
외관은 앞면에 ‘샤크 노즈’ 형상으로 굴곡을 주고, 큼직했던 헤드램프를 슬림하게 바꿔 기존 모델과 차별
을 뒀다.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돌출 부위가 없는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했고,
후면에서는 방향지시등이 범퍼에 위치해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해 리어램프 아래로 옮겼다.
더 뉴 그랜저는 출시 첫날 계약 대수 1만 대를 돌파하며 판매가 순항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0년간
쌓아온 그랜저의 브랜드 유산 위에 SDV라는 시대적 가치를 녹여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플래그
십 세단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yoogiza@sedaily.com)